뇌출혈로 쓰러진 뒤 처음 석 달 동안 제 곁은 아내가 지켰습니다.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던 한 달, 그리고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해 있던 두 달이었습니다. 그 뒤 재활병원으로 옮기면서부터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족이 직접 간병할지, 간병인을 쓸지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결정입니다. 저희가 지나온 길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두면, 지금 같은 갈림길에 선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 봅니다. 돌보는 가족의 지친 마음은 돌봄 번아웃, 가족을 위한 쉼과 지원 글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처음 석 달은 아내가 곁을 지켰습니다
쓰러진 직후 저는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했고, 말도 어눌해졌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 석 달 동안 병원에서 제 곁을 지킨 사람이 아내였습니다. 다섯 아이를 둔 엄마가 병원에 머문다는 것은 집안 전체가 함께 버틴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급성기와 그 직후는 환자 상태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시기라, 가족이 곁에서 변화를 지켜보는 의미가 큽니다. 다만 그만큼 돌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빠르게 소모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족 간병은 몸으로 버티는 일입니다

편마비 환자의 간병은 자세 바꾸기, 침대와 휠체어 사이 옮겨 앉기, 식사와 배변 돕기처럼 몸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밤에도 자세를 바꾸거나 화장실을 돕느라 자주 깨야 합니다. 병실 보조침대는 좁고, 보호자는 제대로 이어 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족 간병이 길어지면 허리와 어깨 통증, 수면 부족이 먼저 찾아옵니다. 환자를 옮길 때는 치료사에게 안전한 방법을 배워 두는 것이 보호자의 몸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석 달 뒤, 간병인을 쓰기로 했습니다

재활병원으로 옮길 무렵 저희는 간병인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섯 아이를 둔 집에서 아내가 계속 병원에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재활병원 입원은 아홉 달 가까이 이어졌고, 그 기간을 가족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간병인을 쓰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부담도 있고, 무엇보다 비용이 큽니다. 그래도 가족이 먼저 쓰러지면 환자도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병을 나누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간병비는 대략 얼마나 들까
간병비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족이 따로 냅니다. 저희 경우 한 달 간병비가 대략 병원비에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실손보험도 간병비는 보통 보장하지 않으니, 간병 특약이 있는지 따로 확인해 봐야 합니다.
간병비는 하루 단위로 정하는 경우가 많고, 지역과 병원, 환자 상태, 개인 간병인지 공동 간병인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인터넷에 도는 숫자보다 입원할 병원의 간호사실이나 원무과, 간병 업체 여러 곳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보호자 없이 간호 인력이 간병까지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있는지도 함께 물어보면 좋습니다. 운영 여부는 병원마다 다릅니다.
간병인을 구할 때 확인할 것들
간병인을 처음 구할 때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미리 정리해 두면 나중에 서로 오해할 일이 줄어듭니다.
- 하루 비용에 식사가 포함되는지, 야간이나 휴일에 추가 비용이 붙는지
- 편마비나 뇌졸중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지
- 휠체어 옮겨 앉기, 기저귀 교체, 식사 보조를 어디까지 해 주는지
- 갑자기 일을 못 하게 되면 대신 오실 분이 있는지
- 비용을 주 단위로 낼지, 일 단위로 낼지
환자를 옮기는 방법이나 마비된 팔을 다루는 법은 담당 치료사가 알려 준 방식대로 해 달라고 부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재활 중인 환자에게는 간병 방식도 치료의 연장이기 때문입니다.
간병인과 지내며 알게 된 것

간병인이 곁에 있으면 몸은 편해지지만, 할 수 있는 일까지 남이 해 주면 그만큼 재활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치료사들이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이 걸려도 직접 하게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간병인에게도 이 점을 미리 이야기해 두면, 돕는 범위와 기다려 주는 범위를 함께 맞출 수 있습니다.
또 간병인이 바뀌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환자의 상태와 주의할 점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니, 마비된 쪽, 삼킴 상태, 낙상 위험, 복용 약 같은 핵심 정보를 종이 한 장에 정리해 두면 편합니다.
집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간병은 병실 안의 일만이 아닙니다. 보호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집에는 돌봄이 필요한 다른 가족이 남아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다섯 아이가 있었습니다. 간병인을 쓰기로 한 결정은 아내가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간병하는 사람에게도 신호가 옵니다
돌보는 가족에게도 멈춰야 할 신호가 있습니다. 허리나 어깨 통증이 며칠씩 이어질 때, 잠을 못 자서 두통과 어지럼이 계속될 때,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입니다. 이럴 때는 버티지 말고 진료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환자 쪽에서 갑자기 말이 더 어눌해지거나 한쪽 힘이 더 빠지고, 심한 두통이나 구토가 생기면 간병하는 사람이 누구든 바로 의료진을 불러야 합니다. 이 신호들을 종이에 적어 침대 머리맡에 붙여 두면 가족과 간병인이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은 간병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간병인을 쓴다고 가족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면회 때 환자의 기분과 몸 상태를 살피고, 치료 일정과 병원비, 서류를 챙기고, 간병인과 소통하는 일은 여전히 가족의 몫입니다. 몸으로 하는 간병을 나누고 나면 가족은 이런 일에 힘을 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 간병과 간병인 사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희에게는 처음 석 달은 아내가, 그 뒤로는 간병인이 맡는 방식이 맞았습니다. 가족이 모든 것을 짊어지기보다 돈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나누는 것이 오래 버티는 방법이었습니다. 지금 병실 보조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당신의 몸도 환자만큼 소중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쓰러지던 날의 이야기는 마흔에 찾아온 뇌출혈, 현장에서 쓰러진 그날과 1년 넘은 재활 기록에 남겨 두었습니다.
확인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국민건강보험공단 (제도와 수치는 해마다 바뀌니 신청 전 최신 안내를 확인하세요)
※ 이 글은 저의 경험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간병 방법과 비용은 병원·지역·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니 담당 의료진과 병원 원무과에 상담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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