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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운동

편마비 8개월, 계단 오르기 다시 되기까지 주차별 재활 일지

by 독수리 오남매~~ 2026. 8. 17.

계단 세 칸 앞에서 15분을 서 있던 날이 있습니다. 다리가 안 올라가서가 아니었습니다.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말을 안 들었습니다. 심장이 먼저 뛰기 시작했고, 마비된 쪽 다리가 굳었습니다. 뒤에 사람이 오는 소리가 나서 옆으로 비켜섰습니다. 그날 저는 결국 못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게 발병 8주쯤이었습니다. 지금은 손잡이 없이 10칸을 올라갑니다. 이 글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해 둘 게 있어서, 순서를 조금 바꿔 그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먼저 말해 둘 것 — 이건 지침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경과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몇 주차에 뭘 했다"를 표로 정리해 놓을 텐데, 그걸 목표표로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재활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병변이 뇌의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나이가 몇인지, 어떤 병을 함께 앓고 있는지에 따라 회복 곡선이 전혀 다르게 그려집니다. 같은 8주차라도 어떤 분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어떤 분은 아직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단계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노력의 차이가 아닙니다.

저는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몇 주차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표준 지침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재활 단계를 설명하는 개념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도 목표 일정표가 아니라 관찰된 경과를 분류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제 일지는 제 병변, 제 나이, 제 몸 상태에서 나온 한 사람의 기록일 뿐입니다.

솔직히 저도 초반에 다른 사람 블로그를 보면서 조급했습니다. "저 사람은 6주에 걷던데 나는 왜"라는 생각이 재활에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진행 속도에 대한 판단은 저를 보고 있는 재활의학과 의사와 치료사가 하는 게 맞습니다.

계단이 평지 걷기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

평지 100미터를 걷게 됐을 때 저는 계단도 곧 되겠거니 했습니다. 완전히 오산이었습니다. 계단은 평지 보행의 연장이 아니라 다른 과제였습니다.

제가 몸으로 겪으면서 이해한 차이는 이렇습니다.

첫째, 한쪽 다리로 온몸을 버텨야 하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평지에서는 두 발이 동시에 땅에 닿는 구간이 있는데, 계단을 오를 때는 한 발로 체중을 전부 들어 올리는 순간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 순간 마비된 쪽이 버텨야 한다면, 평지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약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둘째, 무게중심이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평지 보행은 앞뒤 이동이지만 계단은 수직 이동이 섞입니다. 균형을 잡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셋째, 발끝이 걸리면 넘어질 곳이 계단입니다. 마비된 쪽 발목을 충분히 들어 올리지 못하면 계단 모서리에 걸립니다. 평지에서 발끝이 걸리면 비틀거리고 끝나지만, 계단에서는 다릅니다. 이 공포가 제 다리를 굳게 만든 진짜 이유였습니다.

넷째, 내려가는 게 더 어렵습니다. 올라갈 때는 힘으로 밀어 올리지만, 내려갈 때는 무릎을 서서히 굽히며 체중을 받아내야 합니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이 조절이 저에게는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도 내려가는 속도가 올라가는 속도보다 느립니다.

주차별 일지 — 그때 상태, 그때 한 것, 그때 못 한 것

기록을 안 남겼으면 이 표를 못 만들었을 겁니다. 수첩에 날짜와 횟수만 적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제일 큰 위로가 됐습니다.

시기그때 상태그때 한 것그때 못 했던 것
1~4주차서 있는 것 자체가 과제. 몸이 마비된 쪽으로 기울어짐균형 잡기, 하루 10번씩. 붙잡고 섰다가 손을 떼는 연습혼자 걷기. 화장실도 부축이 필요했습니다
5~8주차선 자세가 안정되기 시작. 다만 오래 못 버팀평지 보행. 5미터에서 시작해 100미터까지 늘림계단. 세 칸 앞에서 다리가 굳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8주차 이후평지는 익숙해졌지만 계단은 여전히 두려움손잡이를 잡고 한 칸씩. 마비되지 않은 쪽 발부터 올림손잡이 놓기. 그리고 내려가기
현재(8개월)계단 오르내리기 가능. 다만 느리고 피로가 빨리 옴손잡이 없이 10칸. 내려갈 때는 아직 손잡이 근처로 다님서두르기. 계단에서 급해지면 지금도 위험합니다

표로 정리하고 나서 제 눈에 들어온 건 오른쪽 마지막 칸이었습니다. 못 하는 게 매번 다음 단계의 목표가 되어 있었습니다. 1~4주차에 못 했던 혼자 걷기가 5~8주차의 과제가 됐고, 그때 못 했던 계단이 그다음 과제가 됐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현재 칸의 "못 했던 것"이 능력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 이건 8개월이 지나도 계속 연습 중입니다.

제가 지킨 원칙 세 가지

재활치료사에게 배운 것과 제가 넘어지면서 배운 게 섞여 있습니다.

하나, 올라갈 때는 성한 쪽 발부터, 내려갈 때는 마비된 쪽 발부터. 치료사에게 배운 순서입니다. 올라갈 때는 체중을 밀어 올릴 힘이 필요하니 힘 있는 쪽이 먼저 올라가 끌어올리고, 내려갈 때는 아래 칸에 먼저 딛는 발이 체중을 다 받는 게 아니라 위 칸에 남은 성한 쪽 다리가 조절하도록 하는 원리입니다. 저는 이걸 "올라갈 땐 좋은 발이 앞장, 내려갈 땐 좋은 발이 뒤에서 버팀"이라고 외웠습니다. 다만 이 순서도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담당 치료사가 다르게 지도할 수 있으니, 제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본인 치료사에게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둘, 혈압이 올라가는 느낌이 오면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저는 자율신경과 혈압이 예민한 편이라, 계단에서 무리하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귀가 먹먹해집니다. 초기에는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마음에 밀어붙였다가 한참을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 느낌이 오면 개수를 채우지 않고 그냥 내려옵니다. 오늘 못 채운 두 칸보다 넘어져서 잃는 두 주가 훨씬 큽니다.

셋,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합니다. 저희 아파트 계단, 오전 재활치료를 다녀온 뒤. 장소와 시간을 고정하니 "오늘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단계가 사라졌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개수를 줄일지언정 그 자리에는 갑니다. 재활에서 제일 무서운 건 못 하는 날이 아니라 안 가기 시작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리에 집중하는 동안 어깨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뒤늦게 알고 아찔했던 부분이라 꼭 넣고 싶었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재활센터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편마비 환자의 약 34~48퍼센트에서 어깨관절 통증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통증은 뇌졸중 발생 후 초기 수 주에서 수개월 이내에 나타나는데,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어 잘 낫지 않습니다.

세 명 중 한 명, 많게는 두 명 중 한 명입니다. 걷기 연습에 온 신경을 쓰는 바로 그 시기에 말이죠.

특히 어깨 아탈구의 기전을 알고 나서 조심하게 됐습니다. 마비가 심한 급성기에는 팔이 이완되어 있는데, 그 팔의 무게 때문에 상완골이 아래로 당겨지면서 어깨 관절에서 빠져나오는 겁니다. 근육이 잡아 주지 못하니 팔 무게 자체가 관절을 끌어내리는 셈이죠. 누가 잡아당겨야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늘어뜨려 두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깨 통증의 원인은 아탈구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인성격
어깨 아탈구이완된 팔의 무게로 상완골이 아래로 당겨지며 발생
회전근개 손상어깨를 감싸는 힘줄의 손상
어깨충돌증후군움직일 때 구조물끼리 부딪히며 생기는 통증
유착성 관절낭염관절을 싸는 막이 굳어 움직임이 제한됨
경직근육 긴장이 과도해지며 생기는 통증
제1형 복합국소통증증후군(CRPS)손과 팔에 통증, 부종, 피부 변화가 동반될 수 있음

원인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건 대처법도 원인에 따라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깨가 아플 때 인터넷을 검색해 스트레칭을 따라 하기보다, 무엇 때문인지부터 확인받는 게 순서입니다. 아탈구가 있는 상태에서 잘못 당기는 동작을 하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실제로 바꾼 건 두 가지입니다. 마비된 쪽 팔을 침대 밖으로 늘어뜨린 채 두지 않는 것, 그리고 누가 저를 부축할 때 마비된 쪽 팔을 잡아당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좋은 마음으로 제 손을 잡고 끌어 준 적이 있는데, 지금은 팔이 아니라 몸통 옆이나 허리를 받치라고 알려 줬습니다. 계단에서 순간적으로 당겨지는 힘이 생각보다 큽니다.

재발률 20.4퍼센트, 그리고 이 병의 무게

재활을 하다 보면 오늘의 계단 개수에만 시선이 갑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 병이 어떤 병인지를 다시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2022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뇌졸중 발생은 110,574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국내 성인 장애 원인 1위입니다.

여기서 제가 매일 마음에 두는 숫자가 있습니다.

지표수치출처
2022년 뇌졸중 발생110,574건질병관리청 2022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
재발생 뇌졸중 분율20.4%질병관리청 2022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
퇴원 시 사망률2.6%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팩트시트 2024
OECD 평균 치명률7.9% (2023년 기준)OECD 자료

재발생 분율 20.4퍼센트. 다섯 명 중 한 명입니다. 재활이 아무리 잘 되고 있어도, 재발하면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재활은 계단을 오르는 일만이 아니라 약을 거르지 않고 외래를 빠지지 않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오히려 이쪽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계단 열 칸은 못 올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재발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퇴원 시 사망률 2.6퍼센트와 OECD 평균 치명률 7.9퍼센트를 나란히 보면 국내 급성기 치료 수준이 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급성기를 넘긴 이후의 삶에 대한 숫자는 아닙니다. 장애 원인 1위라는 사실이 그 뒤에 남아 있죠.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재활은 그 두 번째 문제에 속합니다.

가족은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하는 사람입니다

계단 연습 초기에 아이들이 제 양쪽에 붙어서 손을 잡아 줬습니다. 큰아이가 마비된 쪽, 작은아이가 반대쪽이었습니다. 아내는 두 칸쯤 뒤에서 따라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그게 부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손이 있어서 계단 앞에 다시 섰습니다. 세 칸 앞에서 굳었던 그날 이후 저는 계단을 피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아빠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재활에서 제일 어려운 건 동작이 아니라 다시 시도하는 마음이고, 그건 혼자서는 잘 안 됩니다.

가족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 마비된 쪽 팔을 잡아당기지 말아 주십시오. 앞에서 본 어깨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부축은 팔이 아니라 몸통이나 허리를 받치는 방식으로 해 주시면 좋습니다.
  • 속도를 재촉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제 좀 되네" "어제보다 느리네" 같은 말이 격려로 나오는 걸 압니다. 그런데 회복 속도는 병변 위치와 크기, 나이, 동반질환에 따라 정해지는 부분이 커서 본인 의지로 앞당기기 어렵습니다. 재촉은 조급함만 남깁니다.
  • 기록을 대신 남겨 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손 쓰는 게 불편해서 초기 기록을 아내가 적었습니다. 나중에 그 수첩을 넘겨 보면서 "그때는 5미터였구나" 하고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다음 주를 버티게 합니다.

계단 세 칸 앞에서 15분을 서 있던 날의 저는 그날이 기록될 만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표에서 제일 자주 들여다보는 칸이 바로 그 줄입니다. 못 한 날도 결국 지나온 자리로 남더군요.


출처 및 참고
· 편마비 어깨관절 통증 발생률 약 34~48%, 발생 시기(초기 수 주에서 수개월 이내), 만성화 경향, 어깨 아탈구 기전, 어깨 통증의 원인(아탈구, 회전근개 손상, 어깨충돌증후군, 유착성 관절낭염, 경직, 제1형 복합국소통증증후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재활센터 자료
· 2022년 뇌졸중 발생 110,574건, 재발생 뇌졸중 분율 20.4%: 질병관리청 「2022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 2024년 12월 30일 발표
· 퇴원 시 사망률 2.6%: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팩트시트 2024」
· OECD 평균 뇌졸중 치명률 7.9%: OECD 자료, 2023년 기준
· 뇌졸중이 국내 성인 장애 원인 1위: 대한뇌졸중학회
한계 — 이 글에 실린 주차별 일지는 필자 한 사람의 경과 기록이며, 재활 단계별 표준 프로토콜이나 "몇 주차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공인된 지침이 아닙니다. 회복 속도와 도달 가능한 기능 수준은 병변의 위치와 크기, 나이, 동반질환, 합병증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계단 오르내리기의 발 순서를 포함한 모든 동작 방법은 개인의 마비 정도와 균형 능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치료사의 지도를 우선하시기 바랍니다.
안내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경험 기록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재활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재활 계획의 변경, 새로운 통증의 발생, 어깨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재활의학과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