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에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오른쪽 몸이 마비되고 긴 재활을 지나오면서 가장 자주 떠올린 생각은 다시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제가 매일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약을 빠뜨리지 않고, 혈압을 알고 지내는 것입니다. 이 글은 뇌출혈 뒤 혈압약 복용과 집에서 혈압 재는 방법을 공개된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재발이 두려운 분과 그 가족에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뇌출혈과 혈압
뇌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고혈압입니다. 높은 혈압이 오랫동안 뇌혈관에 부담을 주면 약해진 혈관이 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뇌출혈을 겪은 뒤에는 재활만큼 재발 예방이 중요하고, 그 중심에 혈압 관리가 있습니다. 고혈압은 대개 증상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병원 밖에서 챙겨야 하는 숫자
퇴원 뒤에는 병원에서처럼 누군가 매일 혈압을 재 주지 않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고 집에서 혈압을 재서 기록하는 일은 환자와 가족의 몫이 됩니다. 재활 운동만큼 이 일도 재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혈압은 병원에서만 보는 숫자가 아니라 매일 챙기는 숫자입니다.
약을 빠뜨리지 않으려면

약을 한 번 빠뜨렸을 때 다음 번에 두 배로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마다 대처법이 다르니 헷갈릴 때는 약사나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처방받을 때 빠뜨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물어 두면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약 먹는 일을 기억에만 맡기지 않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한 손으로 약 먹기
오른손을 쓰지 못하니 약을 먹는 동작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한 손으로 약 봉지를 뜯거나 작은 알약을 집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번거로운 일은 자꾸 미루게 됩니다. 그래서 약을 먹는 과정을 최대한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손으로 열기 쉬운 약통을 쓰거나, 약국에 한 번 먹을 양씩 포장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요일별 약통과 알람

요일과 시간별로 칸이 나뉜 약통을 쓰면 오늘 약을 먹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 치 약을 칸마다 나누어 담는 일은 손이 불편하면 가족이 도와주면 됩니다. 휴대폰에 약 먹는 시간 알람을 맞춰 두는 것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약을 먹은 뒤 빈 칸을 확인하는 습관 하나로 먹었는지 헷갈리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가정용 혈압계 고르기

대한고혈압학회는 가정용 혈압계로 손목형보다 팔 윗부분에 감는 상완형을 권합니다. 편마비가 있으면 어느 쪽 팔로 잴지도 중요합니다. 마비된 쪽 팔은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 마비가 없는 팔로 재는 경우가 많으니, 어느 팔로 잴지는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 손으로 커프를 감기 어렵다면 처음에는 가족이 감아 주고, 한 손으로 끼우기 쉬운 형태의 커프인지도 살펴봅니다.
집에서 혈압 재는 시간과 자세
대한고혈압학회 안내에 따르면 가정혈압은 하루 두 번 재는 것이 기본입니다.
- 아침: 일어나서 한 시간 안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약을 먹고 아침을 먹기 전
-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 자세: 등받이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안정한 뒤, 팔을 탁자에 올려 커프 높이를 심장 높이에 맞춤
- 횟수: 한 번에 두 번 정도 재서 기록
집에서 잰 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기준이 조금 낮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가정혈압이 135/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봅니다. 다만 뇌출혈 뒤 목표 혈압은 사람마다 다르니 자신의 목표는 담당 의사와 정해야 합니다.
재기 전에 피하는 것들
재기 직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어 측정 전에는 피합니다. 재는 동안에는 말을 하지 않고 다리를 꼬지 않습니다. 옆에서 말을 걸면 숫자가 들쭉날쭉해질 수 있으니 가족에게도 잴 때는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해 두면 좋습니다. 운동을 막 끝낸 직후나 씻고 나온 직후에도 잠시 쉰 다음에 잽니다.
혈압 수첩 쓰는 법

잰 혈압은 날짜와 시간, 숫자를 함께 적습니다. 약을 바꾼 날이나 잠을 못 잔 날, 짜게 먹은 날에는 옆에 짧게 메모를 남겨 두면 나중에 숫자가 튄 이유를 찾기 쉽습니다. 손글씨가 불편하면 가족이 대신 적어 주거나 혈압계의 기록 기능, 휴대폰 메모를 써도 됩니다. 한 달쯤 모이면 숫자의 흐름이 눈에 보입니다.
외래 진료 때 기록을 가져가기
병원에서 한 번 잰 혈압은 긴장해서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집에서 잰 기록이 있으면 의사가 평소 혈압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고, 약 조절에도 참고가 됩니다. 외래에 갈 때마다 혈압 수첩을 챙겨 가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보탬이 됩니다.
숫자에 너무 매달리지 않기
숫자가 조금만 높아도 불안해서 몇 번씩 다시 재면 오히려 긴장해서 숫자가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한 번의 숫자보다 여러 날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횟수만 재고, 기록한 뒤에는 덮어 두는 편이 마음에도 좋습니다.
이런 신호엔 바로 병원
혈압이 평소보다 크게 높게 나오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눈이 침침해지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팔다리 힘이 새로 빠지면 망설이지 말고 119에 전화해야 합니다. 반대로 혈압이 너무 낮게 나오면서 어지럽고 기운이 없을 때도 참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 내용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혈압 수첩 첫 장에 적어 두면 좋습니다.
약을 마음대로 끊지 않기
혈압이 한동안 안정되면 이제 약을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압이 좋은 것은 약 덕분인 경우가 많아, 마음대로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약을 줄이거나 바꾸는 일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정해야 합니다.
식탁 위의 소금 줄이기
혈압 관리에서 약과 함께 늘 강조되는 것이 싱겁게 먹기입니다. 국은 싱겁게 끓이고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김치와 젓갈은 작은 접시에 조금만 덜어 먹는 방법이 흔히 권해집니다. 라면이나 가공식품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밍밍해도 몇 주 지나면 입맛이 따라옵니다.
술은 의료진과 상의하기
술은 혈압 관리에 좋지 않고, 복용 중인 약과 겹치면 어지럼이나 저혈압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뇌출혈 뒤 음주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모임에서는 미리 사정을 말해 두면 권유를 거절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혈압 시간

혈압 재기와 약 먹기를 혼자만의 일로 두면 쉽게 빠뜨립니다. 정해진 시간에 가족이 함께 챙기는 일과로 만들면 훨씬 오래 이어 갈 수 있습니다. 혈압계를 늘 같은 자리에 두고, 같은 시간에 재는 것을 집안의 작은 규칙으로 정해 두면 좋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법으로
혈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단한 노력보다 꾸준함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먹고, 같은 자세로 혈압을 재고, 같은 곳에 기록하는 일이 쌓여 몸을 지켜 줍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 두려움을 할 수 있는 일로 바꾸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마치며
뇌출혈을 겪은 뒤 재발이 두려운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겁니다. 혈압약을 빠뜨리지 않는 습관과 집에서 혈압을 재고 적는 일은 그 두려움을 조금씩 다루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은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고, 기록은 꼭 담당 의사와 함께 보세요. 가정혈압 측정법은 대한고혈압학회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공개된 건강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혈압약 복용과 목표 혈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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