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록을 마친 뒤, 저희 가족은 장애인 자동차표지를 신청했습니다. 막연히 표지를 받으면 마트나 병원 입구 앞 파란 주차구역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받은 것은 주차불가 표지였습니다. 보행상 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는 세울 수 없는 표지였습니다. 같은 표지를 받고 당황하셨을 분들께 저희가 알게 된 것을 나누려고 이 기록을 남깁니다. 쓰러지던 날부터의 이야기는 마흔에 찾아온 뇌출혈 기록에 적어 두었습니다.

표지를 신청하게 된 까닭
저는 지금 운전을 하지 못합니다. 오른쪽 편마비가 남아 있어서 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려면 늘 가족이 운전석에 앉아야 해요. 평일에는 외래 재활을 다니고, 주말에는 아이들 일로 움직이다 보니 가족 차를 탈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등록을 마친 뒤 받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보다가 자동차표지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표지가 있으면 이 차에 장애인이 탄다는 것을 알릴 수 있고, 무엇보다 주차장에서 걷는 거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신청했습니다

장애인 자동차표지는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신청합니다. 표지를 붙일 차가 장애인 본인이나 법에서 정한 가족 명의여야 한다는 요건이 있어서, 저희도 차량 명의부터 확인했습니다. 필요한 서류와 확인 절차는 지역마다 안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가기 전에 전화로 물어보시는 게 편합니다.
창구에서 서류를 낼 때까지만 해도 저는 표지 종류가 두 가지라는 걸 잘 몰랐습니다. 장애인 등록이 되면 같은 표지가 나오는 줄 알았던 거예요. 미리 제도를 찾아봤더라면 결과를 받았을 때 덜 놀랐을 것 같습니다.
결과는 주차불가 표지였습니다
장애인 자동차표지는 보행상 장애 기준에 해당하면 주차가능 표지, 해당하지 않으면 주차불가 표지가 나옵니다. 장애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걷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따로 보는 기준이에요. 저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상태라 보행상 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주차불가라는 글자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표지를 받았는데 주차를 못 한다니 이상하게 들렸거든요. 알고 보니 장애인 차량임을 알리는 표지일 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쓸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솔직히 서운했습니다
오른손은 여전히 잘 펴지지 않고, 오른발은 늘 시리고 저립니다. 주차장 끝에서 입구까지 지팡이를 짚고 걷는 일이 저에게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 몸이 겪는 어려움이 서류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은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장애인 등록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결과를 받으니 마음이 복잡했어요. 장애인이라고 하기엔 덜 아프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엔 너무 불편한 자리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다르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보행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 적어도 지팡이를 짚고 제 발로 걸을 수 있다고 판단받았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쓰러진 직후 침대에서 몸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던 때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1년 넘게 이어 온 재활의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를 실망으로만 남겨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조기와 걷기 이야기는 발목보조기를 신고 걷는다는 것에도 적혀 있습니다.
주차불가 표지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주민센터 안내와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며 정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같은 표지라도 지역에 따라 덧붙는 혜택이 다를 수 있으니, 표지를 받을 때 우리 지역에서 해당되는 것이 있는지 함께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는 장애인이 타고 있어도 주차할 수 없습니다.
- 표지는 차 앞유리 안쪽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차를 바꾸면 다시 신청합니다.
-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같은 혜택은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라 따로 확인합니다.
- 표지를 다른 차에 옮겨 쓰거나 빌려주면 안 됩니다.
운전은 가족이 합니다
표지가 붙은 차를 실제로 모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가족입니다. 저는 조수석에 앉아 병원과 집을 오갑니다. 가족이 제 일정에 맞춰 운전대를 잡아 주는 셈이에요.
처음에는 그 자리가 어색하고 미안했습니다. 지금은 늘 조수석에 앉는 것도 재활 생활의 한 모습이라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대신 차에 타고 내릴 때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가족이 기다려 주는 시간에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운전을 다시 할 수 있을지는 지금 제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 문제는 담당 의료진과 천천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당장은 차에 오르내리는 동작을 안전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연습입니다.
입구 앞에서 먼저 내리고, 차는 일반 칸에

전용구역을 쓸 수 없으니 저희 집은 방법을 바꿨습니다. 병원이나 마트에 가면 가능한 곳에서는 입구 가까운 승하차 공간에 잠깐 차를 세워 제가 먼저 내리고, 운전한 가족은 일반 칸을 찾아 주차합니다. 저는 그동안 입구 안쪽 의자에 앉아 기다립니다.
일반 칸에 세울 때는 문을 넓게 열 수 있도록 옆 공간이 넉넉한 자리나 기둥 옆 끝 칸을 찾습니다. 오른쪽이 불편한 저는 차 문을 활짝 열어야 왼발부터 안전하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파란 칸이 비어 있어도 그 자리는 우리 자리가 아니라는 원칙은 가족 모두가 지킵니다.
주차장에서 지키는 안전 습관
주차장은 넓고 차가 많아 편마비가 있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위험한 곳입니다. 차에서 내릴 때는 차가 완전히 멈춘 뒤에 문을 열고, 바닥에 물기나 기름 자국이 있는지 먼저 봅니다. 지팡이 끝이 미끄러지지 않을 자리를 고른 다음에 몸을 옮깁니다.
외출 중에 갑자기 한쪽 팔다리 힘이 더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머리가 깨질 듯 아프면 그 자리에 앉아 바로 119에 연락하기로 가족과 정해 두었습니다. 추운 날에는 마비된 쪽이 더 굳고 저리니 주차장에서 머무는 시간을 짧게 잡습니다.
주차가능 표지를 받는 다른 길
표지를 받고 나서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보행상 장애 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여러 장애가 겹쳐 실제 이동이 어려운 경우,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를 받아 일정 점수 이상이면 주차가능 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자체들이 안내하고 있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길은 아니고, 대상인지와 점수 기준은 주소지 주민센터 장애인 담당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판정 결과가 실제 걷는 상태와 다르다고 느끼신다면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고 이의신청 절차가 있는지도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신청 전에 확인해 두면 좋은 것
지나고 보니 신청하러 가기 전에 몇 가지만 미리 알아 두었어도 마음이 덜 흔들렸을 것 같습니다. 저희처럼 처음 신청하는 가족을 위해 정리해 둡니다.
- 표지는 주차가능과 주차불가 두 가지이고, 보행상 장애 해당 여부로 갈립니다.
- 표지를 붙일 차량의 명의가 요건에 맞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본인이 운전하지 못하면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 기준으로 상담받습니다.
- 우리 지역에서 표지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는지 함께 물어봅니다.
표지 한 장에 담긴 마음

앞유리에 놓인 표지를 볼 때마다 여러 마음이 지나갑니다. 장애인 차량이라는 표시가 처음에는 낯설었고, 주차불가라는 글자는 한동안 서운했어요. 지금은 이 표지가 제 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적어 둔 기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걸을 수 있는 만큼은 제 발로 걷고, 어려운 부분은 가족과 나눠 지는 것. 그게 지금 저희 집이 찾은 방법입니다. 표지 한 장보다 입구 앞에서 저를 먼저 내려 주는 가족의 배려가 외출을 더 가볍게 해 주고 있습니다.
마치며
장애인 자동차표지를 신청하신다면, 표지가 주차가능과 주차불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부터 알고 가시면 결과를 받았을 때 덜 당황하실 겁니다. 주차불가 표지로는 전용구역을 쓸 수 없으니, 가족이 운전한다면 입구에서 먼저 내리고 일반 칸에 세우는 식으로 동선을 미리 정해 두시길 권합니다. 바깥 활동을 도와주는 다른 제도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정리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확인처: 보건복지부,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
※ 이 글은 저의 경험이며 진단이나 행정 안내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자동차표지 발급 요건과 혜택은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외출 중 몸 상태 변화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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