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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계절 건강

늦여름 발 관리, 족저근막염과 슬리퍼 대신 신은 신발 후기

by 독수리 오남매~~ 2026. 8. 21.

여름 내내 슬리퍼만 신었습니다. 편마비가 온 뒤로 운동화 끈을 혼자 묶는 게 어려워서, 발만 쑥 넣으면 되는 슬리퍼가 제일 편했습니다. 아내가 몇 번 "그거 신고 그렇게 걸으면 안 될 텐데" 했지만 저는 웃어넘겼습니다. 하루 30분 걷기가 제 재활의 절반인데, 신발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8월 말쯤부터 아침에 침대에서 내려서는 첫 발이 아팠습니다. 발뒤꿈치 안쪽을 누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열 걸음쯤 걸으면 슬그머니 사라져서,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매일 아침 반복됐고, 나중에는 오후에 오래 걷고 나서도 아팠습니다.

아침 첫 발이 아픈 건 밤사이 벌어진 일 때문입니다

족저근막은 종골, 그러니까 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해 발바닥 앞쪽으로 다섯 개의 가지를 내어 발가락 기저부에 붙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입니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땅을 디딜 때의 충격을 흡수하고,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근막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쌓이면서 콜라겐이 변성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이 족저근막염이고, 성인 발뒤꿈치 통증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 꼽힙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왜 하필 아침 첫 발이냐"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설명이 정확히 그 답을 줍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처음 몇 발자국을 걸을 때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이는 밤사이에 족저 근막이 수축이 된 상태로 지내다가 아침에 체중의 부하가 이루어지면서 족저 근막이 갑자기 스트레칭이 되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밤새 짧아진 채로 굳어 있던 조직이 아침에 체중을 받으며 확 늘어난다. 이 한 문장이 이해되고 나니 대처법이 저절로 따라 나왔습니다. 늘어나는 게 문제라면, 갑자기 늘어나지 않게 하면 됩니다. 침대에서 바로 발을 딛지 않고 앉아서 발을 몇 번 움직인 다음 내려서는 것만으로도 첫 발의 통증이 달랐습니다.

발뒤꿈치 통증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통증이 생기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로 발뒤꿈치 안쪽, 의학적으로는 전내측 종골 결절이라고 부르는 지점입니다.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발바닥 한가운데가 아프거나 뒤꿈치 뒤쪽이 아프다면 다른 원인일 수 있으니, 어디가 아픈지를 정확히 짚어 보는 게 첫 단계입니다.

양상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면 나타나고, 일정 시간 움직이고 나면 다시 줄어듭니다. 저처럼 열 걸음쯤 걸으면 사라지는 단계입니다. 진행되면 오래 걷거나 운동한 뒤에 아프고, 하루 일과가 끝나갈수록 심해집니다. 저는 이 두 번째 단계까지 갔을 때야 병원에 갔습니다.

또 하나 자주 동반되는 것이 아킬레스건 단축입니다. 종아리 뒤쪽이 뻣뻣해서 발목이 잘 젖혀지지 않으면 걸을 때마다 족저근막에 걸리는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족저근막염 스트레칭이 발바닥만이 아니라 종아리와 아킬레스건까지 함께 다루는 겁니다.

그리고 방치하면 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픈 발을 피하려고 자세와 걸음이 바뀌면서 무릎과 고관절, 허리에까지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미 한쪽에 마비가 있어 걸음이 기울어 있는 저에게는 이 대목이 남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걸리나, 숫자로 본 족저근막염

항목내용출처·기준
평균 발병 연령45세 정도서울아산병원
성비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서울아산병원
성비(다른 자료)여성이 남성보다 약 1.3배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데이터 기반 보도
국내 진료인원2012년 138,583명 → 2022년 271,850명 (10년간 약 2배)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근 증가2021년 265,346명 → 2023년 280,071명 (5.55% 증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연령대 순위50대 > 60대 > 40대 > 30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비를 두 줄로 나눠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병원 자료는 여성이 2배, 청구데이터 기반 보도는 1.3배로 서로 다릅니다. 조사 대상과 방법이 다르니 당연한 일인데, 인터넷 글에서는 둘 중 마음에 드는 숫자 하나만 골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어느 쪽이 맞다고 판단할 능력이 없어서 둘 다 출처와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10년 사이 진료인원이 약 두 배가 됐다는 점입니다. 걷기와 달리기가 국민 운동이 되고, 발 모양을 고려하지 않은 신발을 오래 신는 생활이 늘어난 결과라는 해석이 붙습니다. 참고로 2024년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슬리퍼를 벗고 나서 알게 된 신발 기준

저는 이 글에 특정 브랜드나 모델을 적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산 신발이 다른 분의 발에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신발 이름보다 조건이 훨씬 오래 쓰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자료가 말하는 조건은 이렇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너무 꽉 끼는 신발을 피해야 합니다. 뒷굽이 너무 낮거나 바닥이 딱딱한 신발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넉넉한 크기의 약간 높은 굽의 바닥이 부드러운 신발을 신도록 합니다."

피해야 할 조건골라야 할 조건
너무 꽉 끼는 신발넉넉한 크기
뒷굽이 너무 낮은 신발(굽 없는 납작한 신발 포함)약간 높은 굽
바닥이 딱딱한 신발바닥이 부드럽고 쿠션이 충분한 신발
하이힐뒤꿈치를 감싸 잡아 주는 형태
낡아서 충격 흡수가 되지 않는 운동화충격 흡수 기능이 살아 있는 신발

표의 마지막 줄에는 강한 표현이 붙어 있습니다. "낡아서 충격 흡수가 잘 되지 않는 신발을 신고 조깅이나 마라톤 등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겉이 멀쩡해 보이는 오래된 운동화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름 슬리퍼를 이 기준에 대 보니 거의 전부에 걸렸습니다. 뒷굽이 없고, 바닥이 딱딱하고, 뒤꿈치를 잡아 주지 않아 걸을 때마다 발이 앞뒤로 미끄러집니다. 재활 삼아 매일 30분씩 걷는 사람이 신을 신발은 아니었던 겁니다.

보조기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뒤꿈치 컵(heel cup)입니다.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은 충격을 흡수하고, 고무 제품은 쿠션 역할을 합니다. 보조기는 착용 1주일이면 증상이 줄기 시작하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2~3개월은 꾸준히 착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터넷 글과 크게 갈리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이라고 하면 무조건 맞춤 깔창부터 권하는 글이 많은데, 서울대학교병원은 맞춤 교정 안창(깔창)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분명히 적고 있습니다. 다만 요족, 그러니까 아치가 높은 변형이 있으면서 중족골 부위 통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사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즉 깔창은 모든 족저근막염의 기본 처방이 아니라, 발 모양과 증상에 따라 선택되는 수단입니다. 몇십만 원짜리 맞춤 깔창을 먼저 알아보기 전에,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위 표의 어느 쪽에 있는지부터 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국 뒤꿈치를 완전히 감싸고 바닥에 쿠션이 있는 신발로 바꿨습니다. 마비된 손으로 끈을 묶기 어려워서 끈 대신 벨크로로 여미는 형태를 골랐습니다. 일주일쯤 지나면서 아침 첫 발의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신발 하나 바꾼 것치고는 체감이 컸습니다.

스트레칭은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의 스트레칭 설명은 방법과 횟수가 구체적이어서 그대로 따라 하기 좋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발을 반대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픈 발과 같은 쪽 손으로 엄지발가락 부위를 감아 발등 쪽으로 올립니다. 이때 발바닥의 근막과 아킬레스건이 단단하게 스트레칭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쪽 손가락으로 스트레칭된 족저근막을 마사지해 주면 더 효과적입니다. 감아 올리는 동작은 천천히 합니다.

항목기준
1회 유지 시간15~20초
한 세트당 횟수15차례
하루 세트 수10세트 이상
특히 해야 할 때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걷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하루 10세트 이상"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많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세트가 몇 분 되지 않고,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텔레비전 광고 나올 때마다 앉아서 하다 보면 채워집니다. 저는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한 세트를 하고 나서 발을 딛는 걸 규칙으로 삼았습니다. 이게 이 병의 통증 기전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습관입니다.

급성기에 통증이 심할 때는 테이핑과 실리콘 발뒤꿈치 컵을 함께 쓰고, 며칠 쉬면서 냉찜질을 하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쉬라는 말이 재활 중인 사람에게는 제일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방인데, 며칠과 몇 달을 바꾸는 거래라고 생각하면 조금 나았습니다.

6개월에서 18개월, 그 시간을 재활 중에 지나간다는 것

다행인 소식부터 말하면, 환자의 90% 이상이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로 회복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족저근막염을 "특별한 치료 없이도 천천히 스스로 증상이 좋아지는 자한성(self-limiting) 질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좋아지기까지 약 6~18개월 가량의 시간을 요하여 무작정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대개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90% 이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체외충격파 같은 치료는 통상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고려됩니다. 6개월 넘게 심한 통증과 장애가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하는데, 성공률은 보고에 따라 70~90%로 보고됩니다.

낫는다는 말과 6~18개월이라는 시간 사이의 간격, 이게 이 병의 진짜 어려움입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 간격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재활 중에는 걷기가 곧 운동이고 치료입니다. 발이 아파 걷기를 멈추면 다리 근력이 빠지고, 균형이 나빠지고, 그러면 낙상 위험이 올라갑니다. 발 하나 때문에 재활 전체가 멈추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신발 고르기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혼자 버티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발뒤꿈치 통증이 밤에 가만히 있어도 계속되거나, 뒤꿈치가 붓고 열감이 있거나, 발이 저리고 감각이 이상하거나, 몇 주째 나아지는 기미 없이 절뚝이는 걸음이 굳어 가고 있다면 원인을 다시 확인해 볼 일입니다. 족저근막염이 워낙 흔하다 보니 발뒤꿈치가 아프면 전부 여기로 몰아 생각하기 쉬운데,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늘 남아 있습니다.

슬리퍼를 신발장 안쪽으로 밀어 넣던 날,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날들 사이에서, 제가 고르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직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었으니까요. 내일 아침에도 저는 침대에 앉아 발가락부터 당기고 나서 첫 발을 디딜 겁니다. 그 순서 하나가 오늘의 30분을 지켜 줍니다.


출처 및 참고
족저근막의 해부와 기능, 아침 통증 기전, 통증 부위와 양상, 신발 선택, 보존적 치료 성적: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족저근막염).
자한성 질환 설명과 회복 기간(6~18개월), 뒤꿈치 컵 등 보조기, 맞춤 교정 안창의 효과에 대한 논란, 스트레칭 방법과 횟수, 체외충격파 및 수술 적응증: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족저근막염).
평균 발병 연령과 성비(2배): 서울아산병원. 성비(1.3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데이터 기반 보도. 두 수치는 조사 기준이 달라 함께 표기했습니다.
국내 진료인원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2년·2021년·2022년·2023년 자료 기준이며, 2024년 이후 수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문의 신발 교체 경험과 증상 변화는 필자 개인의 사례이며,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권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칭 방법은 위 의료기관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개인의 발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의료기관 건강정보와 개인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지속되면 정형외과 또는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