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오른쪽 편마비가 온 뒤, 마비된 오른손과 오른발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시리고 저립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면 그 시림과 저림이 한층 심해져서, 날씨가 바뀌는 걸 몸의 오른쪽이 먼저 알려 줍니다. 지난겨울은 재활병원 병실에서 보냈고, 올해는 퇴원한 뒤 집에서 맞는 첫 겨울입니다. 그동안 알게 된 것들과 지금 우리 집이 지키는 습관을 적어 둡니다. 겨울철 전체 생활수칙은 뇌졸중 재발을 막는 겨울 생활수칙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왼손은 따뜻한데 오른손은 차가웠습니다
두 손을 나란히 맞대 보면 차이가 바로 느껴집니다. 왼손바닥에 닿는 오른손이 확실히 서늘해요. 추운 날에는 손등 색도 조금 달라서, 왼손은 불그스름한데 오른손은 하얗게 질려 보일 때가 있습니다.
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른발 발가락 끝은 늘 차고 저릿해요. 같은 방, 같은 이불 속에 있어도 몸의 반쪽만 다른 계절에 사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도 시린 느낌은 있었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저림까지 겹쳐 오른쪽 전체가 움츠러드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도 오른손이 차갑다는 걸 압니다

막내는 아빠 손을 잡을 때 꼭 왼쪽으로 와서 잡습니다. 왜 그쪽만 잡느냐고 물으니, 오른손은 차가워서 싫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 말에 웃었지만 마음 한쪽이 서늘했습니다. 제가 늘 느끼는 시림이 아이 손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시리고 저린 것과는 별개로, 마비된 쪽은 뜨거움을 늦게 알아챌 수 있다는 것도 그 무렵 다시 새겼습니다.
치료사 선생님이 해 준 설명

외래 재활 날 작업치료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선생님은 마비된 쪽은 근육을 덜 쓰니 혈액을 밀어 올리는 힘이 약해지고, 움직임이 적어 열도 덜 만들어진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붓기가 있으면 순환이 더 더뎌질 수 있고, 몸의 온도 조절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혈관 문제가 섞여 있을 수도 있으니 진료 때 꼭 말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그다음 진료에서 담당 선생님께 손발 시림을 이야기했고, 혈액순환과 부종 상태를 함께 확인받았습니다.
아침마다 손부터 깨웁니다
그 뒤로 아침 루틴이 하나 늘었습니다. 잠에서 깨면 이불 속에서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씩 펴 주고, 손목을 천천히 돌립니다. 치료실에서 배운 동작이라 어렵지 않았어요.
오른발은 발목을 위아래로 까딱이는 동작을 여러 번 합니다. 일어나기 전에 몇 분만 움직여도 손발 끝이 조금 덜 굳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 몸의 오른쪽에 아침 인사를 하는 기분은 들었습니다.
낮에도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텔레비전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일어나 거실을 한 바퀴 걷거나, 의자에 앉은 채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를 천천히 움직입니다. 몸을 움직인 날과 하루 종일 누워 있던 날은 저녁에 느끼는 손발 온도가 달랐습니다.
벙어리장갑과 수면양말

외출할 때 장갑을 끼는 게 생각보다 큰일이었습니다. 다섯 손가락 장갑은 굳은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하나 넣어야 해서 한 손으로는 거의 불가능했어요. 아내가 손가락 구분이 없는 벙어리장갑을 사 왔고, 그 뒤로는 혼자서도 쑥 끼울 수 있게 됐습니다.
집에서는 수면양말을 신습니다. 다만 너무 조이는 양말은 오히려 발을 붓게 할 수 있어 발목이 헐렁한 것으로 골랐어요. 실내화도 뒤꿈치가 막힌 것으로 바꿨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오른발이 직접 닿지 않게 하니 발끝 시림이 한결 덜했습니다.
한 가지 더 바꾼 건 소파 자리입니다. 원래 제 자리는 베란다 창 쪽이었는데, 창가로 스며드는 찬 기운이 오른쪽 몸에 그대로 닿았어요. 아내가 소파를 벽 쪽으로 옮기고 제 오른쪽에 무릎담요를 늘 걸쳐 두었습니다. 사소한 배치 하나에도 오른쪽이 덜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씻을 물 온도는 왼손이 잽니다
세수할 때 오른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물이 생각보다 뜨거웠는데 오른손은 그걸 몰랐어요. 왼손을 넣어 보고서야 깜짝 놀라 뺐습니다.
그 뒤로 우리 집에는 규칙이 생겼습니다. 물 온도는 늘 왼손이 먼저 재고, 오른손은 그다음에 넣는다는 규칙입니다. 혼자 샤워하기를 연습할 때도 이 순서를 지켰습니다.
핫팩을 오른손에 쥐지 않는 이유

병원에서 지내던 지난겨울, 저는 핫팩을 오른손에 꼭 쥐고 다니려 했습니다. 아내가 말렸어요. 감각이 둔한 쪽은 뜨거운 걸 오래 대고 있어도 모르니, 낮은 온도에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요. 실제로 저는 오른손등이 따뜻한지 뜨거운지 잘 구분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핫팩은 수건에 싸서 주머니에 넣고, 손이 아니라 옷 위에서 몸통 쪽을 데우는 데만 씁니다. 전기장판도 낮은 온도로 두고, 오른쪽 다리를 장판에 오래 붙이고 자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자기 전에는 아내가 장판 온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새벽에 제가 뒤척이지 않으면 오른쪽 다리 위치를 살짝 바꿔 주기도 합니다.
이런 신호엔 바로 병원에 갑니다
손발 시림은 대부분 생활 관리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도 있다고 배웠습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하얗게 또는 보랏빛으로 변하고 따뜻하게 해도 돌아오지 않을 때,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가 딱딱하게 굳을 때는 동상이나 화상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열감이 있을 때도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손발 시림과 함께 마비가 더 심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추위 탓으로 돌리지 말고 바로 119에 연락하기로 가족과 약속했습니다.
붓기를 줄이는 자세도 같이 챙겼습니다
제 오른손은 오후가 되면 조금씩 부었습니다. 붓기가 있는 날은 손이 더 차갑게 느껴졌어요. 소파에 앉을 때 오른팔을 쿠션 위에 올려 심장 쪽으로 조금 높여 두니 저녁 무렵 붓기가 덜했습니다.
손을 축 늘어뜨린 채 오래 앉아 있지 않으려고 휴대전화 알림도 맞춰 두었습니다. 자세 이야기는 마비된 손 부종을 줄이는 자세 글에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저녁마다 아이들이 발을 봅니다

감각이 둔한 오른발은 상처가 나도 제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 발 확인은 아이들이 맡았어요.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 양말을 벗기고, 발가락 사이와 뒤꿈치를 살펴봅니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법 진지합니다. 빨갛게 된 곳이 있으면 엄마를 부르고, 손발이 차가우면 이불을 한 겹 더 덮어 줍니다. 그 작은 손들이 제 오른발을 쓰다듬을 때면 차가운 발끝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시린 손이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솔직히 손발 시림보다 더 힘들었던 건 마음이었습니다. 오른손이 차갑다는 걸 알고 나니, 아이들이 손을 잡으려 할 때 저도 모르게 오른손을 등 뒤로 숨기게 됐어요. 차가운 손을 내미는 게 미안했고, 몸의 반쪽이 여전히 남의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제 오른손을 자기 두 손 사이에 넣고 한참을 비벼 주었습니다. 차가우면 데우면 된다고, 숨길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날 이후로 저는 차가운 손을 숨기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아빠 손 좀 데워 달라고 먼저 내밉니다.
겨울 외출은 짧게, 겹겹이
찬바람이 부는 날은 외출 시간을 짧게 잡습니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지팡이를 짚고 움직이기에 편했어요. 오른쪽 소매와 바짓단에는 바람이 들지 않게 아내가 시보리 있는 옷을 골라 줍니다.
밖에서 돌아오면 바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지 않고, 실내에서 천천히 몸이 데워지기를 기다립니다. 급하게 데우다 실수하는 것보다 조금 느린 편이 안전하다는 걸 지난겨울에 배웠습니다.
외출 가방에는 여분의 양말 한 켤레와 얇은 장갑을 넣어 둡니다. 비나 눈에 오른발 양말이 젖어도 저는 축축한 걸 늦게 알아채거든요.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제일 먼저 오른발 양말이 젖었는지 만져 봅니다. 젖은 양말을 오래 신고 있으면 발이 더 빨리 식는다는 걸 알고 나서 생긴 습관입니다.
마치며
편마비가 오고 나니 계절도 몸의 반쪽씩 찾아왔습니다. 오른쪽이 먼저 차가워지고, 차가운 줄도 모른 채 지나갈 뻔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 감각보다 아내의 손, 아이들의 눈, 왼손의 온도를 더 믿습니다. 혹시 마비된 쪽 손발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신다면, 혼자 참지 말고 진료 때 꼭 이야기하시고 가족과 함께 살피는 습관을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확인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국립재활원
※ 이 글은 저의 경험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손발 시림이나 피부색 변화, 붓기가 계속되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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